들어 가기 전에: 내가 예전에 제닉스 님 블로그에 댓글 남길 때 잘못 알고 (라디오 방송국에서 저작권료 지급하는 게 방송된 횟수 모두 따져 가면서 계산해서 내는 건 줄 몰랐다.) 글을 남겼는데... 일단 이건 내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니 내 탓이다. orz

요즘 개정된 저작권법 때문에 웹 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난리를 떨고 있는 모양이다. 심지어 까페 같은 데다가 음악 걸어 놓은 곳들, 음악 방송국 등등은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참 난감해 하는 것 같던데...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사실 헛소리에 불과한 게지.)을 한 번 말해 볼까 한다.

웹 서핑을 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이 입장에서만 본다면 아주 환영할 만한 일이다. 늑호 님의 말씀처럼, 다른 노래 듣고 있는데 "아무 동의도 구하지 않고" 맘대로 음악 틀어 대는 건 참 짜증 나는 일이다. (비슷한 이유로 심한 자바스크립트 사용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바스크립트를 굳이 써야 할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단 말이다! 예뻐? 그게 예쁘면 난 소지섭이다! ...어 이게 아닌데;;;)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저작권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문제가 더 중요하니 나 같다면 물론 대찬성이다. (뭐 사실 나는 그런 곳에 가지도 않으니까 어찌 되었든 상관 없지만...)

게시물을 올리거나 자기 홈페이지/까페/블로그/미니홈피 등등을 꾸미는 사용자 입장에서
이번 개정안은 이런 사람들한테는 매우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쓸데 없이 치장하려고 배경 음악 마구 깔아 놓고 사람 미치게 하는 인간들"한테는 거의 크리티컬-_- 수준의 데미지를 입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음악을 방문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재생하고 그러는 것 자체는 별로 좋은 짓이 못 되지만,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음악 올리고 하던 사람들한테는 자기가 썼던 모든 게시물에 포함된 음악들을 찾아서 삭제해야 하는 아주 환장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시물이 올려진 곳이 아니라 게시자가 그 책임을 지기 때문에... 물론 1년 전의 게시물이라도 게시자를 추적한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긴 하지만.) 만약 법안 적용이 지금보다 더 강력해진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여럿 생길 것 같다.

스트리밍 서비스나 음악 방송국 등을 운영하는 업체 입장에서
대부분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제협인가(아닌가?)에 저작권료를 내지만, 영세한 서비스나 음악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의 경우 저작권료의 부담을 떠안게 될 것 같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불특정한 음악을 제공하는 음악 방송 서비스의 경우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될 것이고, 규모가 큰 곳이 아닌 이상 음악 방송 서비스는 대부분 사라지게 될 것 같다. 단, 소수의 인원에게 한정된 시간동안 공개하는 개인적인 음악 방송은 법안에 적용시키기 약간 힘든데("공개적인" 게 아니라면...) 이런 경우라면 그래도 낫지 않겠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까페24의 스트리밍 호스팅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_-;;;

결론
이번 일로 일반 사용자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저작권이 있는 음악의 배포를 대충 방치해 오던 많은 사이트 및 업체들이 곤혹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세한 업체라면 큰 타격이 될 지도 모르겠고... 저작권이 있는 음악은 웬만하면 돈 주고 사서 들어야 하는 건 맞는 말이지만, esti 님 말씀처럼 음악의 특성이라는 것도 있고 하고... 여러 가지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의견은 "그래도 개념 없는 잡것들을 걸러 내기 위해서라면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냐"는 거다.
이거랑 별도로, 가사까지 이 법안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 작사자의 저작권이 엄연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 좀 지나친 보호가 아닌가 싶다. 이건 아예 음악을 소개도 하지 말라는 얘기잖아.. -_-;; 음악의 가사는 음악에 포함되어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만은 절대 반대다. 그 외에 거친마루 님께서 지적하셨듯이, mp3를 합법적으로 구입해서 듣는 건 좋은데 그 사용이 너무나도 제한적이라는 것도 그렇고...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우리나라의 실태나 음제협 하는 꼴들을 보면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불안감이 앞선다.


...뭐, only text contents를 지향하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큰 문제 될 일은 없겠지. 그래도 뭔가 씁쓸하단 말이야.

덧. 쓰고 보니까 뭔가 두 가지 주제 -- "예상되는 파장"과 "내 생각" -- 가 얽혀 버린 것 같은데... 에라 헛소리니까 냅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