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 Framework를 57세 주부에게 설명하려면 어찌 해야 할까? 에 대한 사이비 과학

시골의 제 집에는 컴퓨터가 있는데, 부모님께서 엑셀, 연하장, 디카 등으로 활용하십니다. 올해로 예순이신 아버지께서는 오랜 세월동안 기술직에 종사하셨고, 57세이신 어머니께서는 사무직에 종사하셨기 때문에 두 분 모두 컴퓨터를 잘 쓰십니다. 정년 퇴직을 맞이하신, 게다가 촌에 살고 계신 부모님께서 두 분 모두 컴퓨터를 잘 쓰신다는 건 분명 신기한 일입니다.

낮 동안에는 뜰에서 기르는 닭을 돌보거나 채소밭을 가꾸고, 밤에는 디카 화상을를 편집하거나 엑셀을 쓰시는 겁니다. 물론 두 분 다 컴퓨터를 큰 취미로 생각하진 않으십니다. 오히려 닭이나 토마토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시지요. 이런 관계는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이 컴퓨터 전문가인 건 아닙니다. 부모님의 관심은 오직 "디카로 찍은 화상을 얼마나 예쁘게 인쇄할 수 있을까"와 "(워드프로세서 대신) 엑셀에서 어떻게 레이아웃을 꾸밀까"라서, 보안이나 운영체제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십니다. 하지만 제가 도움을 주는 것을 최소한 줄이려고 1주일에 한 번 Windows Update를 실행해서 운영체제를 항상 최신으로 유지하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악명이 높긴 하지만, 적어도 제 도움을 줄이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그런 어느 날, 부모님께서 "Windows Update에 이런 게 있던데, 뭐냐?"라는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한국어 판에서는 .NET Framework는 Windows 운영 체제의 구성 요소로 개발자가 배포 및 관리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성능, 확장성, 통합 가능성, 안정성, 보안 및 최종 사용자 환경을 최대화하는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빠르고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프레임워크입니다. 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토끼군

아무리 자세해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 신뢰성과 안정성이 더욱 더 높아집니다."로 설명을 끝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제가 도움을 줄 필요는 없었을 텐데... 확실히 위와 같이 써 놓으면 설치해야 할 지 말 지를 알 수 없겠지요.

전문 용어를 써도 된다면, .NET Framework의 설명은 "J△▽△를 흉내낸 것"이라고 세 단어로 끝납니다. 하지만 저는 57세의 어머니께 전문 용어 없이 .NET Framework를 설명해 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추가" 버튼을 누를 지 말 지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이 참에 이번에는 그 문제의 설명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NET Framework를 "셋집"으로 생각해 봅시다. 안에는 "프로그램"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쓰고 있는 여러분은 이 집의 주인입니다.


왼쪽이 "예전", 오른쪽이 ".NET"입니다. 앞으로 이 설명은 생략합니다. --토끼군

우선, .NET 주택에 사는 사람은 반드시 명찰을 달아야 합니다.



이 명찰을 붙이지 않은 사람은 이 집에 들어 갈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안면만 있으면 누구라도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나쁜 사람이 들어 올 수도 있지요.



시골에서는 이웃 사람이 갑자기 정원에 들어 오기도 하고, 뒷문에는 열쇠를 걸지 않거나 하기도 합니다. 반면 도시의 맨션 같은 경우 1층부터 암호를 알아야 들어 올 수 있거나 하는데, 그 차이와 비슷합니다. 사실 둘 다 장점은 있고, 어느 게 더 좋은 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다음으로, .NET 주택은 방에 있는 쓰레기를 자동으로 청소해 줍니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아마 Garbage Collector 정도 될 겁니다. --토끼군)



예전에는 쓰레기를 어질러 뜨린다고 누가 치워 주지 않습니다. 자동으로 청소해 주는 게 편하긴 하지만, 사실 "쓰레기를 치워 주는 사람"이 언제 올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적어도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쌓이기 전에 온다는 건 보증됩니다. .NET 주택이 아주 뛰어난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옛날 주택에 사는 사람은 쓰레기를 어질러 뜨리지 않으려 노력하기만 하면 됩니다.

다음으로, VTR을 샀다고 합시다. 근데 나중에 VTR이 상태가 안 좋아져서 새로 사 왔다고 합시다. 이 때, .NET 주택에서는 반드시 이미 있던 VTR을 남겨 두어야 합니다. (하위 호환성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토끼군)



거기에다가 VTR을 하나 더 사면, .NET 주택에는 세 대의 VTR을 놓아 두어야 합니다. 이것은, 예를 들자면, 모처럼 아버지께서 옛날 VTR의 녹화 방법을 기억해서 쓰려 하는데, 새 VTR의 녹화 방법이 전혀 달라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걸 막으려 하는 것입니다. .NET 주택의 경우 공간이 좁아지긴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언제라도 옛날 VTR로 녹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집이든 집 주인의 비밀 찬장 같은 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 (개인 정보 같은 것들... --토끼군)



옛날 주택은 이런 찬장이 다락방 같은 데 있기 때문에, 찾으려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NET 주택에서는 이 찬장 주위에 레이저 빔이 있어서 누구도 열 수 없습니다. (열려고 하면 빔에 맞아서 타 버리겠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NET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은 무려-_- 꼭두각시인 것입니다.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천정과 연결된 끈으로 조정되고 있습니다!

이상이 옛 윈도우즈(win32)와 .NET Framework의 차이를 전문 용어 없이 설명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신은 이 셋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셋집의 주인이다라는 것입니다. 자, 여러분께서는 "추가 버튼"을 눌러서 컴퓨터를 .NET 주택으로 만들 겁니까?



이 버튼을 누르냐 마냐를 가지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신의 인생관을 묻는 겁니다. 뭐 당연히 거짓말이지만, 저 자신도 처음 이 창을 봤을 때는 누를 지 말지 순간 망설였습니다. 왜 망설였는 지는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결국 이 컴퓨터에는 .NET Framework가 깔렸습니다.)

그런데, 위의 "전문 용어를 쓰지 않는 .NET Framework의 설명"을 모두 들은 부모님의 반응이,

"그만 둬. 사는 사람이 불쌍하다."

여기서 말하는 "주택에 사는 사람"은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에는 인격 같은 게 없으니까 불쌍하다고 생각할 필요야 없지만, 어쩐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이전의 win32는 해킹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전체의 조화는 살고 있는 사람(프로그램)의 양심에 맡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NET Framework에서는 몇몇 악의를 가진 사람(프로그램)들로부터 주인(컴퓨터를 쓰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살기 힘들지만 안전한 세상인가, 완전히 내버려 두지만 사람을 믿는 세상인가, Windows Update의 ".NET Framework 추가 버튼"은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관을 묻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끝)

번역: 네이버 인조이 재팬, 천리안 트랜스위즈 -_-;;
편집: 토끼군 강 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