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아주 먼 옛날 -- 이라고 하는 것은 약 4~5년 전 -- 에 킥잇업 관련 홈페이지들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BM98이 비트매니아로부터 나온 것이듯 킥잇업은 펌프잇업에서 유래한 게임인데, 그 당시에 나 자신이 펌프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킥잇업도 접하게 되었고 관련 홈페이지에서도 활동하게 되었다.

...혹시 그 당시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본인은 WKM(후에 FOR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만)이라는 팀에서 ksf를 딱 한 번 제작한 적이 있다. 어디 나오냐고? WKM Edition 2를 뒤져서 Made by Rabbit(당시에는 토끼군이 아니었음)를 찾아 보시라;

아무튼, 하려는 얘기는 이게 아니고...

내가 펌프를 그만 두고 킥잇업도 접은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킥잇업은 당시 노 기태 님께서 개발을 중단하시고 소스를 공개하신 뒤 누군가가 소스를 고쳐서 롱노트 지원(!)을 만든 걸로 보이고, 그 뒤를 잇는 다이렉트 무브라는 프로그램이 ksf 계에서는 표준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노 기태 님께서는 킥잇업을 프로그래밍 인생 초기의 엄청난 삽질 덩어리라고 묘사-_-하고 계시다. 자세한 건 기태 님 위키 참고.)

저 소식 듣고 나는 롱노트 구현이나 그런 것들이 어떻게 구현되었는 가 참 궁금했으나 귀찮아서 안 뒤져 보던 차에, 최근 동생 놈이 다이렉트 무브를 하고 있길래 ksf 파일 좀 보여 달라고 했다.



...졸라 많이 바뀌었다 -_-



가장 흥미로운 점은 변속 구현 등을 비롯해서 "실시간으로 바뀌는 변수"들의 지정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킥잇업 예전 버전에도 변속 구현이 있긴 했지만 그건 삽질이었다) 중간에 #TICKCOUNT:3;이나 |T3|과 같은 방법으로 이미 설정된 변수들 대부분을 바꿀 수 있다. 롱노트는 롱노트를 위한 숫자 4를 죽 이어 쓰는 방법으로 가능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0000000000000
0000100000000
0100000000000
0000000000000
|T4|
0040000000000
0040000000000
0040000000000
0040000000000
0000000000000
2222222222222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4444는 롱노트를 가리키고 마지막 222...222는 끝을 나타낸다. |T4|는 4줄에 한 박이라는 뜻을 가리킨다.)

bms와 ksf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bms는 키음을 저장할 필요가 있지만 ksf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직관적으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bms는 구조 자체가 키음 index를 참조해야 하기 때문에 롱노트 등의 처리가 매우 곤란한 편이지만 ksf는 애초에 키음 같은 거 구분 없이 0, 1 만으로 노트를 구별했기 때문에 적당히 다른 숫자를 잡아서 롱노트를 집어 넣을 수 있었던 셈이다. 대신 bms는 거의 모든 sequence/event data를 채널 형태로 관리하기 때문에 일관성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ksf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본다. :)

아무튼 그렇게 많이 바뀐 걸 보니까, 뭐 환경에 따라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생각되는 포맷으로 점차 수렴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키음이 존재하는 bms나 키음이 존재하지 않는 ksf나 비슷한 스타일로 가고 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추억 삼아서 ksf 하나 골라서 플레이해 봤는데, 아니 킥잇업 몇 년 안 했다고 이렇게 헷갈릴 줄이야... orz;; 역시 옛날이 좋았나 보다.

덤: 변경된 ksf 포맷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KSF NET이나 forhythm.com(아니 TOPNova 님은 아직도 활동하고 계신 건가!!!)을 참고하길... 아. 그리고 이 글 쓰면서 웃긴 걸 봤는데 글쎄 pydance cvs에 이런 파일이 있더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