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모 군과 함께 모종의 물건을 만들던 중에 스크립트 엔진을 하나 만든 적이 있었다. 그때는 김 용묵 형의 C언어 수식 계산기(당시에는 후위 표기법이었는데, 지금은 전위 표기법으로 바뀌었다. 나 역시 후위 표기법을 썼다)를 참고해서 무작정 만들었는데, 사용한 언어가 비주얼 베이직(..)이다 보니까 상당히 골때렸다. 15일 걸려서 만든 코드가 1400여 줄이었는데 아마 내 기억으로 비주얼 베이직으로 만든 코드 중 가장 긴 코드일 것으로 추측한다.

요즘 여러 가지에 손을 댈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까 (무엇보다도 시험 기간이니 -_-;;;;;;;;;) 스크립트 엔진을 하나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스크립트 엔진 만들 때 엄청난 삽질을 했기에 좀 주춤거리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flex와 bison이었다.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언어는 전산학적으로 context-free한 문법을 가지고 있고, 문법을 체계적으로 정의만 하면 이를 토대로 문법을 해석하고 코드를 처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과정을 아예 자동으로 해 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했으니, 전산학과 분들이라면 귀에 박히도록 들으셨을 지도 모를 lex와 yacc이다. 두 개는 보통 같이 쓰는데, lex는 입력되는 문자열을 문법적으로 의미가 있는 토큰(token)으로 분리하는 과정(tokenize)을 담당하고, yacc는 그 토큰들을 가지고 실제로 문법을 해석해서 해당하는 동작을 한다. 여기서 "담당한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lex와 yacc가 반환하는 것은 이런 역할을 하는 C 코드이다. (yacc가 Yet Another Compiler Compiler의 약자라는 걸 생각해 보시라) flex와 bison은 각각 lex와 yacc의 확장 버전이며 GNU 소프트웨어이다.

암튼... flex와 bison을 써 보려고 조금 돌아 댕기다가 좋은 글을 찾았다. 무려 조인시 위키에 Flex and Bison Howto가 있다! (물론 한국어) 거기에다가 A Compact Guide to Lex & Yacc라는 좋은 글도 있다! 이 글들 정말로 괜찮다. compact guide인데도 웬만한 걸 다 다루고 있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지도 않다!) 여러 가지로 쓸만하겠다.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상황, 예를 들어서 if-else 블록 충돌 같은 상황에 대한 해결책도 있을 정도니까 말 다 했다.

흐흐, 글도 있겠다 flex와 bison 좀 써 봐야 겠다. 일단 시험 끝나고 나서 -_-;;;;;;;;;;

덤: 내가 아주 먼 옛날(?)에 짰던 그 문제의 스크립트 엔진 소스는 여기에서 받을 수 있다. 코드를 본 어떤 분의 한 마디... "이야.. 저때는 obfuscate 안 했군요! 그런대로 읽을만 해요!" OTL